
구름 속에서 주님을 뵙다: 비움과 만남의 묵상
창가에 앉아 말차 라떼의 따스함이 손끝에 전해지는 순간,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창밖의 풍경이 오스왈드 챔버스의 묵상집, 『주님은 나의 최고봉』 7월 29일 자 말씀과 겹쳐졌다. “구름 속에서 무엇을 봅니까?” 계시록 1장 7절 말씀은 오늘따라 유난히 깊이 새겨집니다.
구름은, 단순히 하늘을 떠다니는 수증기 덩어리가 아니라, 내 삶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슬픔과 고통, 궁핍의 상황이라는 묵상 글은 나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구름을 만납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사무치는 슬픔이, 때로는 이유 모를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거대한 구름처럼 우리를 뒤덮게 됩니다.
이 구름들은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때로는 숨조차 쉬기 어렵게 만듭니다.
묵상집은 이 구름이 곧 하나님의 통치에 반항하는 듯한 우리 개인 생활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슬픔, 고통, 궁핍의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묵상집은 그 구름이 바로 주님께서 계시다는 증표라고 말합니다.
슬픔과 사별, 고통이 하나님과 함께 오는 구름이라는 이 역설적인 진리입니다.
우리는 종종 고난 속에서 하나님이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통의 시간들이 우리를 성숙시키고, 겸손하게 하며,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진리를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묵상집은 하나님께서 고난 속에서 무엇인가를 가르치기를 원하신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고난을 허락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주님께서 모든 구름을 통해 우리가 배웠던 것을 버리기를 원하신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쌓아갑니다.
때로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편견일 수도 있고, 세상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익숙해질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구름 같은 고난을 통해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들, 즉 우리의 자아, 우리의 통제력, 세상적인 욕망, 심지어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오해마저도 비우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9장 34절 말씀,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 그들이 무서워하더니”
구름이 주는 인간적인 두려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질문들은 나를 더욱 깊은 묵상으로 인도했습니다.
“구름 속에서 누가 보이나요? 예수님 외에 다른 사람도 보이나요?”
단호하게 “다른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외로움이나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름이 드리워진 혼돈 속에서, 우리는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고통과 슬픔이라는 구름 속에서 우리는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고, 사람들의 위로나 조언에 의지하려 합니다.
때로는 스스로의 지혜와 능력으로 그 구름을 걷어내려 발버둥 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하라고 촉구합니다.
오늘 묵상을 통해 나는 구름과 함께 있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구름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혹시 두려움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 안의 불안과 염려만을 증폭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구름 속에서 또 무엇이 보이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익숙한 세상의 방식들,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잡념들, 나 자신을 과신하는 교만함… 이 모든 것들이 구름 속에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구름 속에 함께하시는 주님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구름 속에서 주님만 보일 때까지 버리고 또 버리는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이 버림은 포기나 체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과의 온전한 만남을 위한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내가 붙들고 있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 때, 비로소 구름 뒤에 가려져 있던 주님의 빛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오늘도 묵상을 통해 구름 속에 함께하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내 마음속의 혼란스러운 구름을 걷어내고, 내 삶을 어지럽히는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낼 때, 오직 주님만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 자리,
"주님만 보입니다"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기를 오늘도 두손을 모아 기도합니다.